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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irst Anniversary ⑧ ‘집중력의 대명사’ 유소연

이지연 기자2018.05.03 오후 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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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LPGA Star’s The Moment To Remember '오늘의 그녀를 만든 그때 그 순간' [사진 신중혁]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고 있는 한국 선수들. 그중에서도 올 시즌 특히 주목 받는 8명의 선수를 ‘JTBC골프매거진’이 만났다. 오늘의 그들을 만든 ‘모멘텀’은 무엇이었을까. 이들의 가장 가까운 측근에게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자세히 들어봤다.

▶열두 살 소녀의 우승 버디, 첫 희열이 오늘까지
‘집중력의 대명사’ 유소연

지금이야 세계 정상을 호령하는 선수가 됐지만, 유소연에게도 ‘훌륭한 골프 선수가 될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소녀 시절이 있었다.

유소연의 어린 시절 은사인 조수현 코치는 유소연이 초등학교 6학년 때 도고CC에서 열린 한국주니어골프선수권대회를 생생하게 기억했다. 당시 유소연은 ‘라이벌’ 최혜용과 연장전에 갔다. 최혜용이 먼저 파 세이브를 했다. 유소연의 샷은 핀을 넘어 7미터 내리막 퍼트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내리막이 심해 3퍼트까지 나올 확률이 높았다. 조 코치와 유소연의 어머니가 나무 뒤에서 숨어서 간절히 기도를 했던 상황. 이게 통했을까. 유소연의 버디 퍼팅이 홀 안으로 쏙 들어가며 우승했다. 유소연의 이날 우승은 그가 본격적인 골프 선수의 길로 접어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유소연은 지금도 이날 맛본 우승의 첫 희열이 생생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순간의 기억 때문인지 지금도 내리막 퍼팅에 굉장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 지난해 메이저 ANA인스퍼레이션 우승 때도 내리막 슬라이스 퍼팅 덕을 톡톡히 봤다.



지금의 유소연을 있게 한 또 하나의 중요했던 순간은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이었다. 최혜용과 정재은이 먼저 대표 선발을 확정 지은 뒤 유소연은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도 그해 8월 열린 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마지막 출전 티켓을 거머쥐었다. 도하아시안게임에서 유소연은 29언더파를 몰아쳐 개인전, 단체전 2관왕에 올랐다.

29언더파는 아시안게임 최저타 기록이다. 2위를 무려 9타 차이로 제쳤다. 이때 유소연이 얻은 자신감은 이후 프로 무대에서도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

유소연은 초등학교 2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여느 아이들처럼 골프팀에서 주는 햄버거 간식 먹는 재미에 볼을 쳤을지 몰라도 4학년이 되면서는 또래는 물론 나이 많은 상급자들에 비해서도 두드러진 모습을 보였다. 유소연은 그 무렵 출전한 한국여자오픈에서 박세리를 만나 ‘세리 언니처럼 되겠다’는 확고한 목표를 세웠다.

연습 때는 무섭게 집중하고, 놀 때는 신나게 친구들과 축구를 했다. 연습 때는 작은 것에도 집중하고, 쉴 때는 일주일 동안도 클럽을 잡지 않고 잡생각을 지우는 유소연의 집중력은 이때부터 만들어진 것이었다. 유소연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중고등학생 선배들보다 더 일목요연하게 그날의 훈련일지와 부족한 점을 야무지게 정리했다. 훈련 중에도 느낌이 오면 훈련수첩에 잊지 않고 적어두는 습관도 유소연이 다른 학생들과 달랐던 점이었다.

조수현 코치가 유소연에게 바라는 것은 비단 좋은 성적이 아니다. “소연이의 장점은 골프와 인생의 밸런스를 잘 맞추는 것이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행복’이다. 선수로서 우승을 하고 목표를 이뤘을 때 갖는 성취감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행복감을 소연이가 늘 느끼면 좋겠다.” 조 코치는 유소연이 힘들어했던 시기 때마다 “내려놓아라. 하늘의 뜻이 있으니 시련을 주시고, 더 크게 쓰게 하시기 위한 것”이라고 말해주곤 했다. 이때마다 유소연은 “선생님, 저 열심히 하고 있고, 잘 하고 있잖아요”라고 씩씩하게 웃으면서 답을 했다.

유소연은 LPGA투어 데뷔 후 2017년 첫 다승과 세계 랭킹 1위, 올해의 선수상을 동시에 거머쥐는 최고의 해를 보냈다. 향후 인생 플랜 역시 유소연이라면 성공적으로 짤 것이라 믿는다.

도움말 조수현(전 국가대표 코치, 유소연 평생의 스승)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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