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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 고의 15번째 우승과 첫 번째 눈물

김두용 기자2018.04.30 오후 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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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 고가 30일 LPGA 메디힐 챔피언십 연장전에서 우승을 확정 지은 뒤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3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레이크 메세드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디힐 챔피언십 최종일 연장 첫 홀. 리디아 고(21·뉴질랜드) 18번홀에서 진행된 연장전에서 234야드 거리에서 페어웨이 우드를 꺼내들고 2온을 겨냥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연장 승부에서 리디아 고는 앨버트로스가 될 뻔한 위닝 샷을 선보였다. 홀 옆을 지나간 공은 1m 가까이에 붙었고, 우승을 확정 짓는 이글로 연결됐다.

리디아 고는 멋진 ‘인생 샷’으로 43경기 만에 우승컵을 추가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2016년 마라톤 클래식 이후 통산 15승을 수확하기까지 정확히 1년 9개월이 걸렸다. ‘천재 소녀’ 리디아 고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최연소 LPGA투어과 최연소 메이저 우승 기록들을 갈아치우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17시즌을 앞두고 코치, 스윙, 캐디, 용품 등을 모두 바꾸며 변화를 시도한 이후 슬럼프에 빠졌다.

2017년에는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1승도 챙기지 못하는 등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바뀐 스윙에 적응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스윙 교정 후 준우승 2번을 포함해 톱10 15회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2016년까지 우승 14번을 비롯해 톱10 50회를 기록한 성적과는 확연한 차이를 드러냈다. 너무나 순조로웠던 앞선 14번의 우승에서 한 번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던 리디아 고. 2년 가까이 심한 마음고생을 했던 그는 처음으로 우승 후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그는 “지난 우승에는 눈물을 흘리지 않은 것 같은데 이번에는 그동안의 서러움들이 스쳐 지나가며 눈물이 나온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리디아 고는 영광이 가득했던 레이크 메세드 골프클럽에서 무승 사슬을 끊어냈다. 2014년과 2015년 스윙잉 스커츠 LPGA 클래식 2연패 달성한 곳이다. 프로 전향 후 첫 승을 거두기도 했던 장소다. 메세드 골프클럽에서만 3승을 챙긴 그는 “이 골프장은 내가 회원으로 있는 곳”이라며 농담을 던진 뒤 “정말 좋은 추억들이 많은 특별한 장소”라고 미소를 보였다.

무려 658일 만에 최종 라운드를 선두로 출발하게 된 리디아 고는 초반에는 보기 3개를 하는 등 흔들렸다. 리디아 고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잖아. 집중해야지’라며 나 자신에게 말했다. 이후 후반 9개홀에서는 제 게임을 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파4 13번홀에서 흐름을 가져오는 결정적인 칩샷이 나왔다. 리디아 고는 이민지에게 1타 뒤진 상황에서 온그린에 실패하며 위기를 맞았다. 30야드 정도 거리에서 시도한 리디아 고의 칩샷이 홀까지 그대로 빨려 들어가 버디로 연결됐다. 공이 홀로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리디아 고는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는 ‘만세 세리머니’를 펼쳤다. 10언더파로 다시 공동 선두로 도약했던 순간이다.

후반 막판에 리디아 고가 달아나면 이민지가 쫓아가는 대결 양상이 이어졌다. 16번과 17번홀에서 이민지가 벙커 위기를 잘 막아내면서 리디아 고를 압박했다. 이민지가 마지막 18번홀에서 버디를 먼저 낚고 달아나자 리디아 고도 가볍게 버디를 잡고 연장 승부에 돌입했다. 이어진 연장전에서 리디아 고는 환상적인 우드 샷을 발판으로 이글을 낚으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리디아 고는 지금까지 총 6번의 연장 승부에서 5번이나 우승컵을 챙기는 등 강심장 면모를 이어나갔다.

이번 대회에서 리디아 고에게 행운도 따랐다. 3라운드 11번 홀 벙커샷 버디와 4라운드 13번 홀 칩인 버디는 리디아 고의 우승에 큰 힘을 실어줬다. 벙커샷이나 칩샷을 잘하는 리디아 고지만 운도 어느 정도 따라줬다. '우승자는 하늘이 정한다'는 격언이 있듯이 리디아 고의 우승도 마치 운명처럼 다가왔다.

아직 장기인 송곳 샷을 회복하지 못했지만 메디힐 챔피언십 우승은 터닝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크다. 리디아 고의 올해 그린 적중률은 68.5%에 그치고 있다. 전성기 시절의 2015년 77%와 비교하면 아직 격차가 있다. 그렇지만 심리적인 부담감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그는 "이제 압박감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오랜 침묵을 깬 리디아 고가 자신감을 회복한다면 예전처럼 놀라운 우승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 전망이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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