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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우승 고진영 "할아버지 생각하며 경기"

정두용 기자2018.04.23 오전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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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상을 치르고 대회에 출전한 고진영은 검은색 모자에 흰 리본을 달고 뛰었다.

고진영이 짧은 거리 퍼트를 아쉽게 놓치며 통산 2승의 기회를 뒤로했다. 조부상을 치르고 이 대회에 참여한 고진영은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2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윌셔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휴젤-JTBC LA 오픈 최종 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1.2m를 버디 퍼트를 놓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고진영은 이날 버디 3개, 보기 2개를 묶어 1타를 줄이는 데 그쳤다. 최종 합계 10언더파로 우승을 차지한 모리야 쭈타누깐(태국)에 2타가 부족했다.

고진영은 조부상을 치르고 이 대회에 출전했다. 롯데 챔피언십 출전을 앞둔 지난 11일, 고진영은 할아버지 고익주(84) 옹의 별세 소식을 접하고 바로 인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조부상을 치르고 LA에 도착한 고진영은 훈련은 물론 휴식도 제대로 취하지 못한 채 경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3라운드에서 5언더파를 몰아치며 공동 선두에 오르며 힘을 냈다. “할아버지와 함께한다”는 각오로 뛰었기에 좋은 성적으로 3라운드를 마치고도 다시 그린을 찾아 홀로 퍼트 연습에 몰두하기도 했다.

연습의 효과는 후반 뒷심에서 나타났다. 고진영은 이날 4, 5번 홀 연속 보기를 범하며 3라운드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그러나 후반 10번 홀부터 15번 홀까지 버디 3개를 솎아내 다시 우승경쟁에 뛰어들었다. 11, 13, 15번 홀에서 징검다리 버디를 낚은 고진영은 16번 홀에서 모리야가 3m 파 퍼트를 놓칠 때 파 세이브에 성공하며 2타 차로 따라붙었다. 17번 홀에선 그린을 놓쳤지만 파로 잘 막았다.

2타 차를 유지하며 들어선 파3 18번 홀. 고진영은 티샷을 핀 1.2m 옆에 떨어뜨리며 모리야를 압박했다. 고진영은 모리야보다 먼저 퍼트를 들었다. 그러나 가까운 거리에서 아쉬운 퍼트 미스가 나와 결국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 경기를 마쳤다. 모리야는 우승 퍼트를 집어넣으며 첫 승을 달성했다.

고진영은 경기 후 “할아버지만 생각하며 경기를 했고, 우승하고 싶었다”며 아쉬운 소감을 전했다. 이어 "12일 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롯데 챔피언십에 출전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하와이에 있었는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아버지께 전해 들었다. 바로 한국으로 향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이날 검은색 모자에 흰색 리본을 달고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최종라운드에 임했다.

고진영은 지난해 8월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할아버지가 매우 편찮으시다면서 눈물을 쏟아낸 적이 있을 만큼 할아버지를 따랐다. 당시 고진영은 “기력이 떨어지셔서 큰 손녀인 나를 잘 기억을 못 하신다”면서 “그래도 TV를 보실 때면 늘 골프 채널을 틀어놓고선 ‘우리 큰 손녀가 나온다’고 하신다”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경기에 대해선 "경기가 열린 LA에서 한식도 많이 먹었고, 플레이도 잘 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며 ”코스는 다소 힘든 편이지만 내 게임에 집중하고자 노력했다“고 전했다. 올 시즌에 가정 신경 쓰고 있는 점으로는 "최저 타수와 우승, 톱10 기록”을 꼽았다. 또 “골프, 영어, 휴식의 균형을 잘 잡으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고진영과 이날 동반 플레이를 펼치고 함께 공동 2위에 오른 박인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고진영은 “코스에서 정말 위대한 선수”라며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 부처님처럼 보이기도 한다. 닮고 싶지만 잘 안 된다”고 전했다.

정두용 기자 jung.duyong@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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