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뉴스

새로운 '애인'으로 '박인비 포비아' 재현할까

김두용 기자2018.03.19 오전 11:18

폰트축소 폰트확대

뉴스이미지

박인비가 새로운 '애인'인 일자형 앤서 퍼터로 뱅크오브호프 파운더스컵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에는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는 ‘애인’을 찾은 걸까.

박인비가 장기인 ‘컴퓨터 퍼트’를 뽐내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뱅크오브호프 파운더스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에서 우승하자 박인비의 ‘새로운 애인’에 대해 관심이 쏠렸다. 바로 퍼터였다. 그동안 헤드 뒤쪽이 뭉툭한 말렛형이 박인비 하면 떠오르는 트레이드마크였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 박인비는 일자형인 블레이드 퍼터를 들고 그린을 요리했다.

파운더스컵에서 박인비의 퍼트감은 전성기 시절에 가까웠다. 그린 위만 올라가면 들어갈 듯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3라운드에서 그린을 한 번만 놓치고도 퍼트 수 27개를 기록하며 9언더파 63타를 적었다. 최종 라운드에서도 박인비의 퍼트감은 눈부셨다. 보기 없이 버디 5개를 낚았고, 퍼트 수 28개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 평균 퍼트 수는 28.75개였다. 시즌 첫 대회였던 HSBC 여자 월드 챔피언십에서 평균 퍼트 수는 30.25개로 많았다.

박인비는 퍼터 교체에 대해 “오랫동안 헤드가 큰 말렛형 퍼터에 익숙해져 있었다. 말렛형은 관용성이 좋아 내 스트로크가 무엇이 잘못됐는지 파악하기 어려웠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박인비는 일자형 퍼터 중에서도 헤드의 양쪽 끝에 무게를 둬서 밸런스를 잡은 앤서 퍼터를 선택했다. 그는 “앤서 퍼터를 쓰면 무엇이 잘 못 됐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인스퍼레이션 대회 때 퍼터를 바꾸는 건 모험이었기 때문에 이번 주에 시험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애인 교체는 성공적이었다. 박인비는 정교한 퍼트감을 뽐내며 그린을 요리했다. 2라운드에서 3퍼트 2개가 나오긴 했지만 박인비의 퍼트감은 전반적으로 날카로웠다. 거리에 상관없이 퍼트를 홀에 쏙쏙 집어넣는 등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부드러운 터치감으로 버디로 연결시키지 못하더라도 홀 가까이 잘 붙이며 타수를 지키는 안정적인 경기력도 돋보였다.

박인비가 일자형 퍼터를 쓴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세이버투스라는 말렛형 퍼터로 메이저 3연승의 대기록을 작성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그해 브리티시 여자오픈 때 퍼터 헤드 페이스의 홈이 갈라져 수리를 해야 했다. 이후 똑 같은 퍼터임에도 예전 같은 롤링이 나오지 않아 같은 말렛형의 퍼터를 여러 차례 바꿔야 했다. 그만큼 퍼터에 대해 예민했다.

2014년 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 절친한 동생이 일자형으로 편하게 스트로크를 하는 것 같다고 느낀 박인비는 유소연과 똑 같은 블레이드 퍼터를 잠시 사용했다. 당시 박인비는 “오랫동안 말렛형을 사용해왔는데 5년 만에 일자형 퍼터로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2개월 정도 사용하다 퍼트감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자 10월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다시 말렛형 퍼터로 돌아갔다.

2013년 전성기 시절의 퍼트감만 되찾는다면 박인비의 질주를 막을 경쟁자는 없을 것이다.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등은 “박인비의 퍼트가 들어가는 날에는 따라잡을 방법이 없다”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박인비가 새로운 애인인 일자형 퍼터로 다시 경쟁자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게 됐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tbc.co.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