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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인 플레이와 강철 멘털이 빚은 '무결점 데뷔전'

김두용 기자2018.02.19 오전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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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은 포커페이스를 바탕으로 한 전략적 플레이로 화려한 데뷔전을 키스로 마무리했다. [골프오스트레일리아 제공]


‘슈퍼루키’ 고진영이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역사상 가장 화려한 공식 데뷔전을 치렀다.

특히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에서 코스 매니지먼트와 장기인 정교한 샷이 빛났다. 첫 날 7언더파 선두에 올랐던 고진영은 14언더파로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버디를 23개나 뽑아내는 압도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LPGA 회원으로 데뷔전에서 정상 등극에 성공한 선수는 1951년 베벌리 핸슨 이후 무려 67년 만에 처음이다.

신인 시절 맹활약을 했던 박세리, 박성현, 김세영, 전인지 등도 이뤄내지 못한 기록이다. 전인지와 박성현이 공식 데뷔전에서 각각 3위를 했던 게 한국 선수 역대 최고 성적표였다. 게다가 고진영은 한 번도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고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장식했다.

고진영은 이번 대회에서 파5 홀 성적표가 가장 좋았다. 철저하게 전략대로 레이업 후 안정적으로 그린을 공략했다. 100야드 거리의 웨지 샷에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코스 매니지먼트였다. 고진영은 파5 홀 16개에서 무려 11언더파를 작성했다. 보기 없이 버디만 11개 낚았다. 마지막 날에도 고진영은 파5 홀에서 3개 버디를 낚으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첫 날부터 파5 홀에서 모두 버디를 솎아내며 선두로 도약한 바 있다.

파5 9번 홀 버디가 결정적이었다. 최종일 4타 차 선두로 여유롭게 출발한 고진영 선수는 파5 1번과 2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으며 6타 차까지 격차를 벌렸다. 하지만 최혜진이 무섭게 추격했다. 전반에만 4타를 줄인 최혜진은 1타 차로 턱밑까지 바짝 따라붙으며 압박했다. 1타 차로 쫓긴 고진영은 9번 홀에서 반드시 타수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2온이 가능했지만 전략대로 안정적인 3온을 택한 고진영은 세 번째 샷을 핀 1m 옆에 붙이는 빼어난 샷으로 버디를 잡아내며 한숨을 돌렸다.

9번 홀 플레이처럼 고진영은 이번 대회 내내 안정된 경기 운영, 차분한 플레이로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뉴질랜드에서의 전지훈련 성과도 첫 대회부터 고스란히 드러났다. 쇼트 게임 특히 100야드 이내 샷을 집중적으로 보완했던 고진영이다. 그는 “쇼트 게임에서 부족함을 많이 느껴서 100야드 이내 감각적인 부분을 많이 연습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버디 후 찾아온 위기도 잘 넘겼다. 10번 홀에서 세컨드 샷이 그린 왼쪽 벙커에 빠졌다. 이번 대회에서 벙커에 빠질 때마다 보기를 적었던 고진영에게 결정적인 승부처였다. 벙커 턱이 키만큼 높았지만 고진영은 절묘하게 빼냈고, 그린에 떨어진 공은 핀 가까이 붙였다. 신중하게 라인을 살핀 고진영은 침착한 파 세이브로 타수를 유지했다.

위기를 잘 넘긴 고진영은 13번과 17번 홀에서 정교한 샷에 이어 6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번 대회에서 고진영은 드라이브샷 정확도 93%, 그린 적중률 84.7%라는 고감도 샷감을 뽐내며 우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현지 언론인 '골프 오스트레일리아'는 “레이저 샷을 뽐낸 고진영은 세계랭킹 1위 재목”이라며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큰 표정 변화 없이 4일 동안 견고한 샷을 뽐낸 것도 돋보였다. 버디와 보기가 번갈아 가면서 나오긴 했지만 큰 기복은 없었다. 보기가 나오더라도 곧바로 바운스 백 하는 긍정적인 모습도 보여줬다.

태국, 싱가포르 대회에 이어 미국 본토로 무대가 옮겨져 본격적인 시즌이 시작된다. 고진영은 시차와 장거리 이동, 환경 등 많은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지만 호주여자오픈에서 보여줬던 강철 멘털을 보여줄 수 있다면 상승세를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을 전망이다. 고진영은 “생각했던 것보다 첫 승이 일찍 나와서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시즌이 긴 만큼 체력 훈련에 집중을 하고 긴 시즌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담담하게 각오를 전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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