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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 아이언' 고진영, 하나은행 역대 5번째 '신데렐라' 탄생

김두용 기자2017.10.15 오후 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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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이 LPGA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박성현과 전인지를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KLPGA 제공]

이를 악다문 고진영이 2년 전 아픔을 털어내고 ‘신데렐라 스토리’를 새로 썼다.

고진영은 15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오션코스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최종 19언더파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고진영은 2015년 브리티시 여자오픈 준우승의 아쉬움을 털어내고 LPGA투어 첫 승을 신고했다. 또 고진영은 대회 전 왼쪽 엄지발가락에 물집이 잡히고 정상이 아니었던 몸상태 상황에서도 이를 악다물고 멋진 경기를 펼쳐 박수갈채를 받았다.

고진영은 안시현(2003년), 이지영(2005년), 홍진주(2006년), 백규정(2014년)에 이어 이 대회를 통해 LPGA투어 직행 티켓을 얻게 된 다섯 번째 선수가 됐다. 2002년 시작된 이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의 우승 횟수는 10번으로 채워졌다. 16차례 대회 중 한국의 우승 점유율은 62.5%에 달했다. 최나연이 2009, 2010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2승을 올렸다.

최종 라운드 챔피언 조가 한국 스타들간 빅매치가 이뤄지면서 구름 관중이 몰렸다. 이날에만 총 3만1726명이 운집했다. 같은 날 열린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국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5차전보다 더 많은 인파가 골프장에 몰린 셈이다. 대회 첫 날부터 대회 흥행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간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은 나흘간 총 6만1996명이 찾아 역대 최다 갤러리(종전 기록 2016년 5만6732명)를 기록했다. 그리고 국내 골프대회로는 처음으로 ‘갤러리 6만 시대’를 활짝 열며 세계적인 대회로 눈도장을 찍었다.

2타 차 선두로 출발한 고진영은 초반에 불안한 행보를 보였다. 2번과 3번 홀에서 2연속 3퍼트 보기를 범해 박성현에게 선두 자리를 내줬다. 박성현은 2번과 4번, 5번 홀에서 3개의 버디를 낚으며 16언더파 2타 차 선두로 달아났다. 올해 2승을 챙긴 박성현 쪽으로 승부의 추가 기우는 듯 보였다.

하지만 파5 7번 홀에서 고진영이 추격의 고삐를 당겼다. 사실 이 홀에서 2온에 성공한 박성현이 승부에 쐐기를 박을 수 있었다. 이글 찬스를 잡았고 7m 거리에서 박성현의 퍼트가 날카로웠지만 내리막을 타고 한참을 지나갔다. 반면 고진영은 까다로운 5m 버디 퍼트를 집어넣으며 박성현을 압박했다. 박성현은 2.5m 버디 퍼트마저 놓치며 3퍼트로 파에 머물렀다. 둘의 격차가 1타로 좁혀졌다.

기세를 탄 고진영은 정교한 아이언 샷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3라운드까지 그린 적중률이 87%로 출전 선수 중 가장 높았던 고진영이었다. 파3 8번 홀에서 고진영은 티샷을 핀 50cm 옆에 붙여 연속 버디에 성공했다. 16언더파로 박성현과 공동 선두가 됐다. 고진영은 여세를 몰아 9번 홀에서도 날카로운 아이언 샷으로 핀 2.5m에 붙인 뒤 또 다시 버디를 낚으며 17언더파 단독 선두로 달아났다. 전반 내내 표정이 무거웠던 고진영은 그제야 미소를 보였다.

후반 들어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다. 박성현이 11번 홀에서 버디를 낚으며 17언더파로 다시 공동 선두에 합류했다. 그러자 고진영이 파3 12번 홀에서 다시 ‘송곳 샷’을 선보였다. 박성현이 3m 버디 퍼트를 놓치고, 고진영은 2m 퍼트를 집어넣어 다시 1타 차가 됐다. 14번 홀에서 희비가 갈렸다. 고진영의 세컨드 샷이 깃발에 맞아 핀에서 한참 멀어졌다. 그러나 고진영은 버디 퍼트를 2m 거리에 잘 붙인 뒤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반면 박성현은 1m도 되지 않는 짧은 파 퍼트를 놓쳐 보기를 적었다. 결정적인 실수였다. 고진영과 박성현의 격차는 2타로 벌어졌다.

275야드로 전장이 짧은 파4 15번 홀에서 박성현은 드라이버로 1온에 성공하며 다시 이글 기회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글 퍼트가 다시 살짝 빗나갔다. 넣으면 다시 공동 선두로 올라설 수도 있었던 중요한 퍼트였다. 코스에서 표정 변화가 크지 않은 박성현도 하늘을 바라보며 큰 탄식을 뱉어냈다. 이어 박성현은 가볍게 버디를 성공시켰지만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실망감을 표출했다.

반면 고진영은 까다로운 4m 버디 퍼트를 쏙 집어넣으며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승부의 추가 고진영 쪽으로 기울자 박성현은 무너졌다. 16번 홀에서도 3퍼트 보기로 주저앉았다. 남은 두 홀에서도 고진영이 타수를 잘 지켜 승부는 뒤집어지지 않았다. 고진영은 여유롭게 챔피언 퍼트를 성공시키며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국내(9승)와 해외를 통틀어 프로 통산 10승째도 채웠다.

박성현은 우승하면 세계랭킹 1위 등극도 가능했지만 최종 17언더파 2위에 머물며 '여왕 대관식'은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올해 첫 승을 겨냥했던 전인지는 16언더파 3위에 만족해야 했다. 챔피언 조의 한국 선수들이 1~3위를 싹쓸이했다.

세계랭킹 1위 유소연은 2타를 줄여 10언더파 공동 8위에 올랐다.

한국 자매들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올 시즌 14승을 합작했다. 최다승(15승)을 작성했던 2015년에 1승 차로 다가섰다. 이로써 한국은 남은 5개 대회에서 최다승 경신에 청신호를 밝혔다.

영종도=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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